조각2015. 8. 1. 17:32

굳게 다문 입이나 뒤채는 몸은 다루기가 어려웠다. 성격만큼이나 완고한 몸을 굴종시키는 것은 꽤나 시일이 걸릴 것이다. 불행히도 티엔은 그동안 인내해줄 여력이 없었다. 내 질문에 답하시오. 사실 그에게 절망과도 같은 끝을 안겨주는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오만하고 단단한 눈을 보고있자니 먼저 그의 기세를 꺽어버리는 쪽이 우선시 되야함을 깨달았다. 다이무스 홀든, 이 자가 빠르게 인정하고 공포를 느낄만큼 힘을 들이지 않고 해치울만한 곳. 검사로서 중요한 손을 망가트릴 수도 있고, 관절을 뒤트는것 만으로도 예전처럼 검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같은 몸을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익히 알고있는 급소도 여럿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큰 노력 없이 망가트릴 수 있는 곳. 티엔은 다이무스의 턱을 단단히 틀어쥐고 눈을 마주했다. 관자놀이를 싸안듯 옹송그린 왼손. 검지가 다이무스의 눈썹을 살짝 쓰다듬고 동공 위를 정확히 조준했다. 뼈보다 쉬이 망가질, 그리고 고쳐지지 않을. 그리고 선언한다.

 

계속 답이 없으면 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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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5. 8. 1. 17:31

 

 

모든 밤은 이야기잖아.

 

 

 

 


그 애에게 그건 비리고 시고 쓴 기도로 넘어간 매운 기침이다. 단맛을 모두 제거한 인생의 떫은 독이었다.

너는 그 자에게 강간당하면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네가 당한 그걸 그저 그 한 단어로 표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작은 네 목줄기를 움켜쥐고 네 육신에서 영혼을 잡아뜯어 갈갈이 찢어발기는 그런 것이었을 테다. 글쎄 실제로 뜯긴건 그 몸뚱아리일까. 어쨋거나 너는 비틀거리며 겨우 창백한 미소만 지었다. 그는 내가 알아차린 뒤 일부러 보란듯이 너를 찢고 마시며 즐겼다. 네 헝클어진 머리칼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 그걸 떠올리기 전에 내게는 한 가지 확실히 해두어야 할게 있다. 너의 그 내리깐 시선, 수줍게 구원을 바라는듯 어쩌면 이대로 내가 그저 지나쳐 가기를 바라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듯 수심이 얇게 드리운 그 무상한 눈동자. 마주한 처음 그 때부터 내 안의 가책을 부채질하고 모든 양심을 까만 잿더미로 만든 그 눈. 동시에 그건 내 다리를 입을 칭칭 동여매 구 자리에 붙박아 두었다.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너이기에 더욱 그 눈이 말하는 것을 절대, 내가 단언할 수는 없으나 감히, 내게 청한 소극적인, 미약하나마 너의 간청이라 한다면 나는 그에 대한 내 답을 알고 있다. 나는, 네 완전한 종말을 손에 넣고 싶다. 그러나 나는 너의 무언가를 얻가나 바라지 않는다. 어떠한 것도 네게서 기대한 바가 없다. 너의 목을 조른다해도 네 비명이나 끊어질듯한 숨소리나  내 손에 매달릴 가련한 손가락이나 흐려지면서 마침내 떨어질 그 눈물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원할 수 있는 것은 내 손에서 부서질 너. 그 부서짐 바스러짐 깨어짐 산산 조각 난! 깨어지고 떨어지는 파멸! 그래 파멸! 나는 내 타락의 번제로 너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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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5. 5. 12. 14:46
티하 날개





하랑이 정원의 나뭇잎이란 잎은 모두 잡아 뜯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한 티엔은 정말로 계절의 변화를 맞아 붉게 노랗게 시들어가는 잎 앞에 서있는 하랑을 볼 수 있었다. 옷도 홑겹으로 입고 있는 것이 자다 일어나 바로 나온건가 싶었다. 눈이 아프게 붉게 탄 단풍부터 노랗게 말라가는 이름 모를 나무까지 세상의 붉음과 노란 빛깔의 범주 그 사이의 색상지가 물결처럼. 자신이 아는 명산 대천에 비할 바는 못하지만 작은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는 앙상한 가지와 다 뜯기지 않고 조각 조각 흉하게 걸려있는 꼴을 봐도 알만했다.




하랑.




티엔은 다가가 그 손이 한가득 움켜쥔 것을 놓도록 하였다. 그것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양을 보다가 하랑은 낮은 높이의 관상수로 손을 뻗어 양껏 움켜쥐어 당겼다. 강제로 한데로 뭉쳐졌다 놓는 반동으로 나무가지가 비명을 지르며 살가죽을 긁거나 때리는 것엔 처음부터 감흥이 없었는지 튼 손이 벌겋고 군데군데 긁혀 피가 나는 것을 보며 티엔은 눈살을 찌뿌렸다.





하랑. 그만하거라.

싫어. 다 뜯어내야해.

왜 보기 좋은 것을 상하게 하느냐.





난데 없이 버석하고 어딘지 눅진한 가을 향기가 얼굴을 때렸다. 부러진 끝가지도 섞여 따가웠다. 위협적이진 못했지만. 기분이 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티엔을 지켜보는 고용인들이 걸음을 뒤로 움찔 옮겼다.





깃을 다 뽑아놔야 해. 날지못하게 다 분질러 버릴거야.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명백한 비난이었지만 티엔은 코웃음을 쳤다. 그것이 자신을 향해 있어도 상관 없다는 투였다. 아니 어쩌면 그게 기쁜지도 몰랐다. 할말만 마치고 돌아서는 하랑을 돌려세워 굳이 제 웃음을 과시한 티엔은 잡힌 제 팔을 뒤채며 빠져나가려는 하랑을 그대로 놔줄것처럼 하다 뒤에서 꽉 붙잡아 안았다. 두팔로 감싸안아 팔을 못쓰도록 하고 귓가에 제 입을 바싹 붙이고서 속삭인다.





실컷 만족할때까지 잡아 뜯거라. 만약 다 뜯으면 새로 심어주마. 이 집에 날개가 상한게 있으면 안되지. 그정도로는 안되지.





어디 실컷 해보거라. 깜찍한 재롱이라도 보는것처럼 웃는 남자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다고 하랑은 생각하다 금세 흠칫하며 벗어나고자 떨었다. 그가 내 잎을 찢어버릴거야. 입인가? 아니 내가 찢어버리는 건가. 아 알았다. 지금 티엔은 날 벗기고 싶어한다. 하랑은 다락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뛰어내릴 순 없지만 거기 가면 큰 창이 있어 금새라도 뛰어내려 자유로워질 수 있을갓 같은 기분이 들었다. 티엔이 오면 다락이 생각난다. 그곳으로 몰아넣어지는 그런 불길한 충동이다. 거기의 두껍고 둥근 유리는 제 꿈을 비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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