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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8.01 무제
  3. 2015.05.12 티엔하랑 / 날개
  4. 2015.05.12 티엔하랑 / 활자;낙인
  5. 2014.07.24 사무드x예랑
  6. 2014.07.22 이글다무 0
  7. 2014.07.22 티엔하랑 / sweets (Intro)
  8. 2014.07.22 티엔하랑 / 공허
  9. 2014.07.22 티엔하랑 / 살라먹다
  10. 2014.07.22 티엔하랑 / 띠동갑
조각2015. 8. 1. 17:32

굳게 다문 입이나 뒤채는 몸은 다루기가 어려웠다. 성격만큼이나 완고한 몸을 굴종시키는 것은 꽤나 시일이 걸릴 것이다. 불행히도 티엔은 그동안 인내해줄 여력이 없었다. 내 질문에 답하시오. 사실 그에게 절망과도 같은 끝을 안겨주는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오만하고 단단한 눈을 보고있자니 먼저 그의 기세를 꺽어버리는 쪽이 우선시 되야함을 깨달았다. 다이무스 홀든, 이 자가 빠르게 인정하고 공포를 느낄만큼 힘을 들이지 않고 해치울만한 곳. 검사로서 중요한 손을 망가트릴 수도 있고, 관절을 뒤트는것 만으로도 예전처럼 검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같은 몸을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익히 알고있는 급소도 여럿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큰 노력 없이 망가트릴 수 있는 곳. 티엔은 다이무스의 턱을 단단히 틀어쥐고 눈을 마주했다. 관자놀이를 싸안듯 옹송그린 왼손. 검지가 다이무스의 눈썹을 살짝 쓰다듬고 동공 위를 정확히 조준했다. 뼈보다 쉬이 망가질, 그리고 고쳐지지 않을. 그리고 선언한다.

 

계속 답이 없으면 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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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5. 8. 1. 17:31

 

 

모든 밤은 이야기잖아.

 

 

 

 


그 애에게 그건 비리고 시고 쓴 기도로 넘어간 매운 기침이다. 단맛을 모두 제거한 인생의 떫은 독이었다.

너는 그 자에게 강간당하면서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네가 당한 그걸 그저 그 한 단어로 표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작은 네 목줄기를 움켜쥐고 네 육신에서 영혼을 잡아뜯어 갈갈이 찢어발기는 그런 것이었을 테다. 글쎄 실제로 뜯긴건 그 몸뚱아리일까. 어쨋거나 너는 비틀거리며 겨우 창백한 미소만 지었다. 그는 내가 알아차린 뒤 일부러 보란듯이 너를 찢고 마시며 즐겼다. 네 헝클어진 머리칼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 그걸 떠올리기 전에 내게는 한 가지 확실히 해두어야 할게 있다. 너의 그 내리깐 시선, 수줍게 구원을 바라는듯 어쩌면 이대로 내가 그저 지나쳐 가기를 바라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는듯 수심이 얇게 드리운 그 무상한 눈동자. 마주한 처음 그 때부터 내 안의 가책을 부채질하고 모든 양심을 까만 잿더미로 만든 그 눈. 동시에 그건 내 다리를 입을 칭칭 동여매 구 자리에 붙박아 두었다.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너이기에 더욱 그 눈이 말하는 것을 절대, 내가 단언할 수는 없으나 감히, 내게 청한 소극적인, 미약하나마 너의 간청이라 한다면 나는 그에 대한 내 답을 알고 있다. 나는, 네 완전한 종말을 손에 넣고 싶다. 그러나 나는 너의 무언가를 얻가나 바라지 않는다. 어떠한 것도 네게서 기대한 바가 없다. 너의 목을 조른다해도 네 비명이나 끊어질듯한 숨소리나  내 손에 매달릴 가련한 손가락이나 흐려지면서 마침내 떨어질 그 눈물도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원할 수 있는 것은 내 손에서 부서질 너. 그 부서짐 바스러짐 깨어짐 산산 조각 난! 깨어지고 떨어지는 파멸! 그래 파멸! 나는 내 타락의 번제로 너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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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5. 5. 12. 14:46
티하 날개





하랑이 정원의 나뭇잎이란 잎은 모두 잡아 뜯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한 티엔은 정말로 계절의 변화를 맞아 붉게 노랗게 시들어가는 잎 앞에 서있는 하랑을 볼 수 있었다. 옷도 홑겹으로 입고 있는 것이 자다 일어나 바로 나온건가 싶었다. 눈이 아프게 붉게 탄 단풍부터 노랗게 말라가는 이름 모를 나무까지 세상의 붉음과 노란 빛깔의 범주 그 사이의 색상지가 물결처럼. 자신이 아는 명산 대천에 비할 바는 못하지만 작은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는 앙상한 가지와 다 뜯기지 않고 조각 조각 흉하게 걸려있는 꼴을 봐도 알만했다.




하랑.




티엔은 다가가 그 손이 한가득 움켜쥔 것을 놓도록 하였다. 그것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양을 보다가 하랑은 낮은 높이의 관상수로 손을 뻗어 양껏 움켜쥐어 당겼다. 강제로 한데로 뭉쳐졌다 놓는 반동으로 나무가지가 비명을 지르며 살가죽을 긁거나 때리는 것엔 처음부터 감흥이 없었는지 튼 손이 벌겋고 군데군데 긁혀 피가 나는 것을 보며 티엔은 눈살을 찌뿌렸다.





하랑. 그만하거라.

싫어. 다 뜯어내야해.

왜 보기 좋은 것을 상하게 하느냐.





난데 없이 버석하고 어딘지 눅진한 가을 향기가 얼굴을 때렸다. 부러진 끝가지도 섞여 따가웠다. 위협적이진 못했지만. 기분이 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티엔을 지켜보는 고용인들이 걸음을 뒤로 움찔 옮겼다.





깃을 다 뽑아놔야 해. 날지못하게 다 분질러 버릴거야.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명백한 비난이었지만 티엔은 코웃음을 쳤다. 그것이 자신을 향해 있어도 상관 없다는 투였다. 아니 어쩌면 그게 기쁜지도 몰랐다. 할말만 마치고 돌아서는 하랑을 돌려세워 굳이 제 웃음을 과시한 티엔은 잡힌 제 팔을 뒤채며 빠져나가려는 하랑을 그대로 놔줄것처럼 하다 뒤에서 꽉 붙잡아 안았다. 두팔로 감싸안아 팔을 못쓰도록 하고 귓가에 제 입을 바싹 붙이고서 속삭인다.





실컷 만족할때까지 잡아 뜯거라. 만약 다 뜯으면 새로 심어주마. 이 집에 날개가 상한게 있으면 안되지. 그정도로는 안되지.





어디 실컷 해보거라. 깜찍한 재롱이라도 보는것처럼 웃는 남자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다고 하랑은 생각하다 금세 흠칫하며 벗어나고자 떨었다. 그가 내 잎을 찢어버릴거야. 입인가? 아니 내가 찢어버리는 건가. 아 알았다. 지금 티엔은 날 벗기고 싶어한다. 하랑은 다락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뛰어내릴 순 없지만 거기 가면 큰 창이 있어 금새라도 뛰어내려 자유로워질 수 있을갓 같은 기분이 들었다. 티엔이 오면 다락이 생각난다. 그곳으로 몰아넣어지는 그런 불길한 충동이다. 거기의 두껍고 둥근 유리는 제 꿈을 비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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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5. 5. 12. 14:44



시를 쓰는 너는 눈은 하나하나가 순수하고 처연하며 깨끗한 꿈이고 소망이고, 그래, 사람이라 했다. 그리고 글 쓰는 너는 눈은 위선이고 침묵이고 더러운, 그래, 사람이라 하였다. 너희 둘은 같은 것을 동일한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맞닿을 일 없이 반대로 걷는 아이들이었다.




당신은 그 애가 더 좋지? 그 녀석 시를 보고 반했잖아.

...그랬었지.

내 글을 먼저 봤으면 당신은 나한테 반했을텐데.

어떻게 장담하지?

당신, 절조 없잖아.






아이는 노골적으로 내 바짓춤 속의 성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뚜렷한 시선은 냄비 바닥에 눌은 무언가 같았다. 맛 좋은 무언가. 그리고 자신은 약간 탄듯 눌은 부분을 수저로 파먹는 것을 좋아했다. 하랑이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달라며 보채고 지글거릴 동안 주걱으로 밥을 꾹꾹 눌러대던게 생각났다. 둘은 저 바닥의 저열한 무언가를 파먹는걸 좋아했다. 소년의 글이 그랬고 그 소년을 희롱하는 제가 그랬다. 그늘진 하랑은 수치심 없는 소년이었다. 저에게만 그러는건진 모르겠지만 다리를 활짝 벌리고 제 구멍을 열어보이며 어서 쑤셔달라고 충동질하는 요부다. 그 안을 치대면 어서 제 안에 싸달라 우는 헐렁한 마음을 가진 녀석. 그게 소년이 자기 식으로 보여주는 믿음 같은것이고 증명이리라. 티엔은 그런 소년이 참 귀여웠다. 질투가 날 만큼 투명하고 아름다운 시를 쓰는 아이 안에는 이렇게나 음습하게 젖은 구멍이 있다. 언젠가 읽었던 것처럼 모두가 어떤 구멍에 매달린다. 자신이 파고들어갈 구멍은 이것이었나. 쾌락에 흔들리며 웃고있는 아이를 보니 밑에서 올라오는 충동이 머리를 뒤흔든다. 오늘은 소년을 울리자. 넘칠만큼 부어주고 제대로 웃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게 하자. 아직 어린 몸이 아니었으면 따라가지 못했을만큼 허리를 확접어 무게를 실어 찍어누르자 핀셋에 꽂힌 살아있는 표본처럼 파르르 떨었다. 너무 좋아서 신음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녀석이 좋아하는 깊숙한 안쪽을 퍽퍽 찍어누르면서 가지못하게 요도를 꾹 눌렀다. 반쪽짜리 신음만 헐떡이던 아이가 제게 매달리듯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너무나 또렷하게 변태. 하고 비웃는 것이다. 그래 서로 맘껏 헐뜯고 비웃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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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4. 7. 24. 03:24

사무드x예랑

하랑과 예랑은 어릴적부터 쏟아지는 관심을 아주 진절머리 나게 겪었다. 어디선가 알아내어 아버지의 직업으로 손가락질하고 자기 자식과 놀지 못하게 하는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점을 봐달라던가 이유 없는 폭력이나 배척을 받은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쌍둥이인 둘은 특이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한쪽 눈의 색이 다른 쌍둥이. 남자애인데도 길게 기른 머리. 자연스럽게 눈을 감추기 위해 길게 된 머리였지만 그럴 수록 예랑은 눈에 잘 띄게 되었다.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는 고맙지만 야속한 사람이 맞았다. 형제의 세계에선 서로만이 유일한 아군이었다. 글쎄 적어도 예랑에겐 그랬다. 그래서 하랑에게 예랑은 아낌 없이 애정을 쏟아부었다. 보통은 형이 맡을 역할을 예랑은 훌륭하게 해냈다. 어차피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난 형제였다. 형의 역할을 해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예랑은 그 역할을 탐내지는 않았다. 발붙일 곳이 요원한 서로를 알기에 예랑은 형의 자리는 하랑의 몫으로 선을 그었고 예랑은 그 동생의 자리를 가졌다. 자신의 사랑방식은 다 주는거였기에 하랑이 필요한 행동을 했고 그에게 기준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어릴적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도 그랬다. 자신은 형의 그네를 밀어주었지 제가 그네에 먼저 올라타지는 않았다. 하랑은 언제나 몇번 타고나면 예랑을 그네에 앉혔고 예랑은 자기 차례까지 군말없이 그네를 밀 뿐이었다. 자신의 눈 앞으로 파란 하늘이 가까워 오는 것을 얼굴에 닿는 바람으로 느끼면서 타는 그네는 재미있지만 예랑은 항상 자신의 눈 앞에 하랑이 없는 상황을 못견뎌 했다. 그리고 하랑에게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때 비로소 예랑은 자신의 가슴에 난 구멍이 허전하게도 크단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구멍이 제 사랑 방식 때문임은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 조금은 다른 관심을 마주쳤다. 끈질긴 시선 끝엔 네가 있다. 이름난 집안의 아들로 자라나 부족할것 없는 그를 예랑은 혐오했다. 자기 좋을대로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짧은 대화만으로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그는 욕심이 많았고 끈질겼고 그걸 숨기지 않았다. 숨막혀. 그의 눈을 마주하면 예랑은 숨이 먼저 막혔다. 그에게 겁을 먹었거나 한것이 아니었다. 당연한듯 요구하는 그를 보면 가슴 속의 허전함이 욱신거렸다. 허전함이 공허가 되어서 저를 삼키고 망가트릴 것을 예감한다. 그는 예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 네가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예랑은 생각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예민한 야생동물 같은 태도를 취하는 상처입은 눈을 한 집고양이의 저항을 사무드는 가소롭게 바라보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종착점에 끝내 닿을 수 없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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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2014. 7. 22. 03:14

 

흔히 그렇듯 아주 어린 아이들은 폭풍우가 밀려오는 밤과는 다르게 어두운 하늘과, 장막을 가르는 섬광이나 그 찢는 듯한 소리를 두려워 한다. 인간을 넘어선 검사들을 배출해내는 홀든의 막내인 이글이라도 우레가 치는 날이면 어둑한 복도를 내달려 맨발로 큰형 다이무스의 침대를 파고들곤 했었다. 그러면 그의 큰형은 가만히 옆자리를 내어주며 작은 몸을 그러안아주었다. 안아주었다기 보다는 그저 품을 열어보인 것이지만. 막내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상대는 유모나 큰형 뿐이었던 터라 곧 그 팔로 감싸일 때가 가장 안온한 순간이었다.

 

 

 이글은 자신이 언제까지 천둥과 벼락을 두려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그것에 대해 처음 가진 두려움도 정확히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형의 침대에 들어가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어릴적부터 이글은 자각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뒤덥히면 저도 모르게 그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품을 파고들 때 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다이무스의 체취가 그리워졌다. 주인을 닮아 주름하나 없는 셔츠나 같은 피가 흐르는 그 특유의 살내음, 칼날을 스치는 쇳바람의 잔향이 뒤섞인 그의 품이 간절해졌다. 이글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묶었다. 찾아가 볼까.

 

형은 당황하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다 큰 사내들끼리 엉켜있는 꼴이지만 형의 품은 자신을 위해 비워져 있었다. 가슴에 기대고있던 고개를 들어 형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한움큼 긴장한 근육 위로 이빨을 세워 물자 그립던 체취가 입안을 흠뻑 적신다. 잇자욱을 혀로 쓸어내리며 이글은 다이무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래서야 누가 누구를 안아주는건가 싶지만 그는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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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
조각2014. 7. 22. 03:03


1.

과제에 치여 죽으려하는 린을 위해서 잠시 짬을 낸 하랑은 낯선 거리로 차를 몰았다. 아직 익숙해 지지 않는 거리에 상가일지라도 먹거리나 괜찮은 펍 정도는 알고있다. 약간 낡은 차가 덜커덩 소리를 내며 멈춘 곳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동네의 깔끔한 식당이었다. 메뉴판을 보고 대충 주문을 마친 하랑은 빈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것이 포장되기를 기다렸다. 유니폼으로 셔츠와 하반신을 두른 검은 앞치마를 입은 알바중 한명이 다가왔다. 어쩐지 반들거리는 검은눈과 시선을 빼앗겼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듣기 좋은 목소리로 주문하셨냐고 묻는 그에게 고개를 주억이자 그가 들고있던 행주로 테이블을 닦아주었다. 그가 상체를 숙이며 턱선이라던가 목덜미가 보였다. 살짝 내비치는 살갗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그가 뒤돌아 가기 전에 간신히 읽어낸 명찰에는 티엔이라고 적혀있었다. 티엔. 티엔.. 수면 위로 물방울이 튀어오르는 느낌으로 혀 끝에서 터지는 이름이 느낌이 좋았다.

 

린은 달콤한 조각케잌을 보며 살찌겠다고 푸념했지만 하랑은 듣는둥 마는둥 멍하니 포장을 뜯고 크게 한입 집어넣었다.

 

 

 

 

 

 

 


2.
린은 위화감을 느꼈다. 교내식당이야 그럭저럭 먹어줄만 했지만 과자나 빵은 시내까지 차를 몰고 가서 사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부턴 군소리는 붙여도 말하기 전부터 자신이 자처해  다녀오는 하랑이 아닌가. 게다가 언제나 포장지에는 같은 과자점 이름이 쓰여있었다. 학기초에 잘못사귀어 코가 꿰인 친구놈이 새삼 걱정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무용과 루시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툭 던졌다. 거기 좋아하는 알바라도 있나보지.


벌써 하루에 두번째, 예쁘게 묶인 크림색 레이스끈 리본을 바라본 린이 멍하게 되물었다. 또? 아까는 분홍색이더니 이번엔 색이 다르네- 같은 감상을 던지는 루시의 태평함이 얄미웠다. 그렇게 먹다간 또 살 찔거야 루시! 얼마 전 울상을 지으며 주변까지 힘들게 하는 다이어트를 했던 루시를 기억하는 린이 잔소리를 했다. 하랑의 너도 어서 먹으라는 눈초리에 결국 자신도 하나 집어들었지만. 맛은 있다만. 린은 입안이 온통 달콤하게 차오르는 마카롱을 먹으며 하랑에게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

"응."

 


대답 하나는 아주 쌈빡하게 잘도 하네.. 린의 불안한 마음도 모르고 즉답하며 슈크림을 우물거리는 하랑이었다. 군것질거리에 이끌려왔던 여자애들이 친구의 연애 이야기에 꺅꺅 거렸다. 그 소리에 이제 막 점심 메뉴를 받아온 이글과 마틴이 옆자리에 끼어들었다.

 

 

"오올~ 이하랑 애인? 예쁘냐?"

"반짝반짝해."

 


얼씨구. 하랑이 평소에 입버릇처럼 넣던 추임새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성깔있기로 유명한 이하랑이 무려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기 때문이었다. 꼬맹이한테 봄이 왔다며 군소리하던 이글이 기어이 옆구리를 꼬집히는걸 바라보던 마틴이 스파게티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 사람 이름이 뭐야?"

"티엔."
"티엔? 그거 독특ㅎ, 큽, 뭐라구..?!"

 

 

이글과 마틴은 사례가 들려 기침을 하다 먹던 면을 코로 뿜어내고 말았다. 하랑이 질색하며 몸을 젖혔다. 그 모습을 보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 여자애들 중 루시가 제일 멍하니 입을 벌렸다. 어? 잠깐만.

 


"야, 니네 드러워."

"남자야??!!?!?"

" 응."

 

 

 

 

 

 

 


3.
허옇고 샌님같고 머리스타일도 웃기다, 웃는걸 못봤다,느니 하는 이글의 말은 코로 듣는지 무의미한 포크질로 조각케잌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게면서 정작 하랑의 눈은 문제의 알바에게 꽃혀있었다.

 

 

"아. 눈 마주쳤어!"
"아 그러세요오~? 나도 몇번이나 마주쳤지만 반응도 없거든?!"
"널 보는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아이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게에 온통 여자 뿐인데 남자는 저들 뿐이었다. 앤티크형 인테리어에 달콤한 스윗츠 전문 제과점. 남자 셋이 조그만 테이블에 모여앉아서 이러고있다고 자각한건 마틴뿐이었다.

 

 

"우리 굉장히 여자애들 같지 않아? 대화 내용이나, 케잌이나..."
"이게 누구 때문인데!"
"하랑, 그거 안먹으면 내가 먹어도 될까?
"어, 그래."

"넌 그 니길거리는게 더 들어가냐. 그러고보니 너 때문이었구나, 그러고보니 니가 케잌 같은거 시켰잖아 이 자식아..!"

 

 

티엔은 오늘도 레스토랑이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4.
이글은 마틴이 조각 케이크를 무려 6조각이나 해치우는걸 실시간으로 바라보았다. 와..마틴 챌피그, 너 진짜 대단하다.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래절래하는 이글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마틴이 경건하게 포크를 내려놓자 하랑이 반짝이는 눈으로 마틴 앞에 바짝 당겨앉았다. 이글은 궁금증만 아니었어도 여기서 이러고있지 않았을거라며 마틴을 재촉했다. 아, 그래서 어서 그인간에 대한 것좀 어서 털어놔봐. 그랬다. 하랑이 매일 제과점에 출근 도장을 찍게 만든 티엔 정은 무려 마틴의 과 선배였던 것이다. 마틴은 만족스럽게 차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이름은 알다시피 티엔 정, 중국 국적의 유학생인데 과제가 징글맞게 많기로 유명한 이쪽 경제학과에서 지금까지 무려 올 에이쁠을 자랑하는 전설이자 독종의 표상이라나. 이글은 이 대목에서 입을 쩍 벌렸다. 미친 그게 사람이야? 그 말에 마틴이 분기탱천해서 외쳤다. 그게 사람이겠어?! 우연히 팀 프로젝트를 같이 한적이 있는데 얼마나 쪼아대던지 팀원들 스케쥴 하나하나까지 관리하려고 들더라니깐! 나중엔 나더러 군것질을 줄이지 않으면 살이 쪄서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전력질주를 해도 안될거라는 악담까지 했다고! 이글이 하랑에게 속삭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 덕분에 졸업도 하기 전에 국제무역회사-마틴이 들어가고자 하는 곳이다-그랑플람에서 러브콜을 받아 인턴 생활까지한 엘리트라고.

 

한참 티엔의 독종일화를 듣던 이글이 물었다. 아, 제일 중요한걸 이야기 안했잖아! 그녀석 게이야? 신나게 조잘거리며 티엔의 이야기-뒷담-을 하던 마틴이 진지한 얼굴을 했다. 사실, 엄청 많은 여자가 대쉬했었는데 한번도 티엔이랑 잔 사람이 없어. 헐! 뭐야 그럼 가능성 있는거 아냐?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듣고 남자가 대쉬했는데... 했는데? 여자한테는 그나마 좋게 거절하더니 남자한테는 그딴거 없이 재기불능으로 만들었다니깐. 어쨌는데? 물론 그 녀석이 술 취해서 너 호모냐고 하면서 더듬어대면서 자기랑 침대로 가자고 꼬신게 문제긴 했지만, 그녀석, 거기를 확~ 차였어. 히익. 같은 남자라면 그럴순 없는거 아니냐... 그리고 언제는 한번 근처 갱녀석들이랑 시비가 붙은적 있는데, 와... 티엔은 분명히 소림사 출신이거나 중국 마피아일거야. 야 마틴, 그건 너무 멀리간거 아니냐. 아니야! 진짜 총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했어! 막 진짜 날라다녔는걸, 영화처럼. 이하랑 너 좀 위험하지 않겠냐?

 

가만히 듣기만 하던 하랑이 베개를 끌어안고 중얼거렸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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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
조각2014. 7. 22. 02:49



챠르륵. 녹슨 쇳방울이 걸음에 따라 탁한 소리를 내었다. 그건 죽음과도 닮아있는 곡소리였다. 흰 옷을 두른 아이가 앞에 서는 기묘한 행렬이 저편까지 이어졌다. 마른 땅은 볼품없이 발길이 떨어지는 자리마다 요란하게 기침을 해대었다. 부옇게 피어오르는 흙먼지에 희끄무레하게 잠긴 작은 소년을 분간할 수 있는건 어룽거리는 짤막한 그림자가 다 였다. 그마저도 저가 밟으면 끝인 작은 조각을 발밑에 기워붙이고서 그 애는 걸어간다.

금줄이 걸린 산의 입구는 찌를듯 타오르는 빛살 에도 불구하고 밤처럼 검었다. 무거운 냉기가 새어나오는 나무 그늘이 만들어낸 어둠이 사람들을 다 집어삼킬것 같았다. 산의 입구라기보단 봉인같은 그 기괴함 앞에 장정들이 썩썩 앞으로 나와 커다란 기둥을 박아넣었다.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지도 않고 움직이는 그들의 노력을 마을 사람들은 한 마디 말 없이 바라만 보았다. 이만한 사람이 다 모였건만 나뭇잎이 몸을 떨어대는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우뚝 솟은 기다란 말뚝에 새빨간 색의 천이 핏줄기처럼 걸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흡사 창자가 너줄거리는 모양이었다. 공터에 기다란 기둥은 높은 곳까지 널빤지를 끈에 달아 올리는 장치가 있었고 끈은 바닥에 단단히 연결되어있었다. 이내 방울을 쥔 소년을 한 영감이 안아다 널빤지에 앉혔다. 다른 손이 붉은 천을 매듭지어 아이의 목에 씌웠다. 하이얀 고깔이나 파르스름 하게 질린 얼굴 만큼이나 앙초롬한 입술이 문득 인파를 헤치고 달려오는 남자를 보고 달싹인다.

 




"하랑아!!"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아슬한 비명은 제 아이를 불렀다. 수 많은 손이 나 어린 아비를 잡아 누른다. 텅빈 눈이 아비 얼굴을 제대로 담기도 전에 줄이 당겨져 야속하게 높이 높이 올라간다. 흡사 그네를 타듯 높이 올라간 줄을 불안하게 잡는 손이 조막만 했다. 하랑아. 아가. 아가. 제발 살려주시오. 우리 하랑이. 제발. 차라리 날 데려가시오. 간장이 녹아 창자가 끊어지는 광경 앞에서 그는 미친듯이 허우적 거렸지만 그 손 끝은 자식의 근처에도 닿을 수 없었다. 아버지! 간신히 부른 말이 유언이라도 되듯 도끼가 매정히 줄을 잘라내자 갑자기 뚝 떨어진 몸을 바라보게된 아비가 갈갈히 찢긴 심장을 토해내듯 비명을 질렀다. 순간 곤두박질치던 몸이 붉은 비단에 매여 떨어지던 속도 그대로 퉁 튀었다. 고깔이 떨어지고 이내 그 위로 방울가지가 마지막으로 파사,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끈이 흔들리는 대로 아이의 발끝이 경련했다.


그때 나는 듯한 신영이 솟구쳐 올라 하랑을 낚아채 기둥을 언덕을 오르듯 밟고 올라 그 꼭대기 위에 섰다. 품에 안긴 하랑이 끊어질듯 간헐적으로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아이 아버지에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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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
조각2014. 7. 22. 02:46

* 닉님의 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껄끄러우신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신부님 티엔X뱀파이어 하랑이 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5h5Xc-rUef4

쓰면서 들은 곡은 쇤베르크 정화된 밤 입니다.

 

 

 

 

 

 

 

 

 

 

 

 

안개가 자욱해 달빛도 길을 잃은 밤이면 티엔은 성당을 빠져나간 하랑의 자취를 뒤쫓았다. 굳게 잠긴 문과 쇠창사를 넘어서 도망갔으나 달아났다기엔 여기저기 제 흔적을 남겨둔 것이 어서 저를 데리러 오라는듯 점점이 이어졌다. 부연 안개가 작은 등불의 빛까지 꾸역꾸역 삼켜 발밑이 스산하여도 티엔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이 검은 숲으로 향했다. 마을과 성당 사이에는 울창한 숲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장정이라해도 일단 해가 떨어지면 지나올 수 없는 길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티엔은 숲길의 한편으로 덤불을 헤치고 희미한 향을 따라갔다. 사향과 양귀비, 혹은 오래된 와인이나 달 부스러기를 연상케하는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는, 사람의 목줄기를 물어뜯고 생명을 들이키는 악마의 자식이 사람을 꾀어내는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이어졌다. 나무 그림자가 빽빽히 들어찬 동굴 같은 어둠이 있는 곳에 하랑은 맨몸으로 웅크려있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그림 속에서 평화롭게 자는 인물처럼 보였다. 달빛 속에서 희미하게 빛이 나는 피부에 잠시 눈길을 빼앗겼던 티엔은 이내 하랑이 품에 무언가 안고있음을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똑같이 새하얀 어린애가 손가락을 입에 물고 하랑의 가슴팍에서 꼬물대고 있었다. 등불을 가까이 드니 자신의 손짓에 반응하며 칭얼거리는 애를 하랑이 잡아당겨 더 웅크려 안았다. 불그림자가 하랑의 살갗을 핥으며 음울한 춤을 추는 것을 바라보던 티엔은 하랑의 이름을 불렀다.

 

 

 

 

 

"하랑."

 

"이제 왔어, 신부님?"

 

 

 

 

 

스르르 감은 눈을 뜬 하랑이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해보였다. 수줍은 처녀처럼 허벅지를 오므려 붙인 모양새 이면엔 적나라한 맨몸을 드러내고 과시하듯 당당하고 천박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제게서 눈을 떼지 않는 티엔이 만족스러운지 눈을 샐쭉 접으며 웃는 모양이 요야하다. 반쯤 시들고 마른 덤불 위에 제 옷을 깔고 누워 아이를 안은 하랑은 언젠가 본적있는 그림 속 성녀를 연상케 했다. 아주 우습게도, 정말로 순진하기까지한 얼굴을 시선으로 덧그리던 티엔이 낯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자신이 저 작은 머리 위에 손을 얹고서 축사를 했었을런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하랑이 바로 앉자 아이도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제 로만 칼라와 그 위로 늘어진 묵주를 응시하는 아이의 눈이 붉었다. 마주치자 흠칫 놀라며 하랑의 가슴을 파먹고 들어가기라도 할듯이 파고드는 것을 감흥 없이 지켜본 티엔이 짧게 말햇다.

 

 

 

 

"새끼치지 말라, 했을텐데."

 

 

 

 

차갑고 무겁게 뚝 떨어지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듯 아이가 하랑의 목을 가는 팔로 감싸안으며 매달렸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아이의 눈은 섬찟하게 붉었으나 살짝 달아오른 뺨은 사랑스러웠고 누구라도 아이가 팔을 벌리면 안아주지 않고는 누구라도 배겨내지 못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엔은 가증스러운 뱀을 바라보듯 더욱 불쾌감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아이의 작은 등을 쓸어내리며 짐짓 다정한 어미처럼 달래던 하랑이 상냥하게 대답했다.

 

 

 

 

 

"새끼 아냐. 먹이지."

 

 

 

 

이내 새하얄 지언정 볼에 달아오른 복숭아빛이 귀엽기 짝이 없던 아이는 차츰 싸늘하고 뻣뻣하게 식어 나뭇가지 처럼 힘 없이 출썩, 놓는대로 쓰러질테다. 아이의 가는 목으론 부족했던지 하랑이 베어문 가슴팍엔 선명한 잇자국이 새겨졌다. 하랑의 목울대가 몇번 오르내리자 성당에 그려진 천사의 거죽을 뒤집어쓴 어린 양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그럴 수록 하랑은 벗은 다리를 서로 비비며 허리를 틀었다. 혈관엔 죽음이라는 독이 서서히 퍼지며 작은 생명을 죽이고 있을터엿다. 제 숨을 죄어오는 마지막 선물이 쾌락인지 죽음의 입맞춤인지도 모르고서 불완전한 경계의 놓여있는 저 작은 것은 죽으리라. 아이의 한숨같은 비명 위로 하랑의 뜨거운 신음이 내려앉고 신부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악마의 자위행위를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악마의 숨이 발작적으로 치솟을때 신부는 가만히 제 커다란 묵주를 목에서 벗겨내었다. 두껍고 투박한, 독특한 생김과 크기는 그것이 기도에만 쓰는 것이 아님을 직감하게 하였다. 몇번 손에서 굴리던 것을 비척거리는 악마의 오금을 잡아들자 드러난 옴씬거리는 구멍에 내려꽂았다. 악마의 교성이 마치 발정난 고양이의것 같았다. 장미 덩굴이 휘감아 올라가는 십자가를 빙글 돌리니 하악질까진 한다. 하랑의 붉은 두 눈을 마주한 티엔이 움켜쥔 다리를 놓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이내 강한 힘으로 하랑의 볼기를 사정 없이 때렸다. 쾌락에 울던 소리가 손속을 두지 않는 손짓이 반복될 수록 고통에 찬 소리로 바뀌었다. 계속해서 떨어지던 손바닥이 하랑의 눈 한쪽이 눈물젖은 밤이 되고서야 멈추었다.

 

 

 

 

"아파, 아파요..."

 

 

 

 

몸을 둥그렇게 말려다 제 아래에 들어찬 티엔의 묵주를 알아챈 하랑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빼요, 빼주세요. 아파요. 더듬더듬 애원하는 하라의 다리를 벌리고 사이에 자리잡은 티엔이 묵주의 줄을 천천히 잡아 당겼다. 잔뜩 수축한 안을 긁으며 빠져나오는 것에 숨이 넘어갈듯 울던 하랑은 허벅지 안쪽으로 피가 흐르자 고개를 저으며 애원했다. 하지마세요. 제발 하지마세요, 아버지(Father). 티엔은 시선을 여전히 아래에 두고 안이 찢어졌을 비문으로 피 묻은 손가락을 집어넣고 벌렷다.

 

 

 

 

"아버지!"

 

 

 

 

비명을 지르는 하랑의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세게 뺨을 때린 티엔이 말했다.

 

 

 

 

"넌 그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골반을 그러쥐는 큰 손에 하랑이 다시 울음을 터뜨렷다. 티엔은 옷을 헤치고 제것을 하랑에게 밀어넣었다. 손가락으로 억지로 벌린 입구가 울음소리를 따라 경련하듯 움찔거렸다. 그러나 손가락 보다 훨씬 굵은 것을, 일단 들어차자 턱 막힌 숨과는 다르게도 몸은 반기며 술렁였다. 고통과 쾌락, 절망과 환희 속 어딘가에서 헤메이던 하랑이 다 알고있는다는 듯한 티엔의 집요한 시선을 피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죽은 아이의 텅빈 눈동자가 거기에 있었다. 하랑의 비명을 티엔이 입술이 가로채 삼켰다.

 

 

 

 

 

밤이 되면 티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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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
조각2014. 7. 22. 02:28

[티엔하랑] 띠동갑

 

 

 

 

 

 

티엔은 조금은 곤혹스러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곤혹스럽기보다는 껄끄러운 느낌. 종이에 베인 손 끝의 작은 상처처럼 인식을 한 뒤에나 신경이 쓰이는 그런 문제였다.

 

 

긴 여정 끝에 그랑플람 본사에 도착해서 브루스와의 대면이 있었다. 브루스는 하랑의 신비한-영이라는 것은 비교적 서양인에게 낯선 것이다. 브루스는 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힌 상태임에도 그랬다.- 능력과 능력을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대화를 나눈 후 하랑은 마틴의 안내를 받아 그랑플람 본사를 둘러보러 나갔다. 하랑과 함께 나간 것이 하필 속내를 읽는 마틴이라는 것보다도 티엔은 브루스의 한 마디에 정신이 쏠렸다.

 

 

 

"자네가 대단한 능력자라고는 했지만 저렇게 어린데도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은 몰랐군."

 

"예?"

 

"하랑군 말일세, 자기네 나라에서도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그의 뒤엣 말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건 아마 그 때문이었을거다. 객관적으로 하랑은 확실히 어리다. 물론 더 어린 능력자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린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왜 새삼스런 충격이었냐고 묻는다면, 티엔과 하랑의 능력 때문이다.

 

 

 

 

 

 

티엔은 기를 다룬다. 본인의 무공이 경지에 오르는 수준이기 때문에 자연의 기나 사람의 기에 민감했다. 그것은 딱히 동서양을 가리고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서 언제나 익숙한 것이었다. 재단 측에서는 이 '기'를 다루는 것이 특별하다고 여기고 자신도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름을 느끼고 있었지만 덕택에 요즘 흉흉한 정세의 동양을 누비며 능력자를 스카웃 할 수 있게 된것이다. 재단의 큰 축인 브루스가 추진한 일 임에도 마틴이 말린 이유에는 현재 아시아가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자신의 본토에서 루시의 스카우팅이 실패로 돌아가고 상심해 있을 때 마침 옆나라 조선에서 서양에 양녀로 들어갈 정도로 큰 능력을 가진 소녀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티엔은 가까운 조선으로 건너갔다. 조선은 그 당시 은밀히 땅의 기운이 죽어가던 중이었다. 청명한 기운이 인공적으로 억눌린 것이 답답한 느낌을 들게 했지만 그가 할 일은 능력자를 수소문 하는 것이었다.

 

 

능력자로 추정되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티엔은 산을 넘다 어두워져 그만 길을 잃고 노숙을 하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잘 채비를 하던 그때 조선에 들어와서 느껴본적 없던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크고 거대한 힘이 요동친 것이다. 그는 몸을 일으켜 기운이 꿈틀거리는 방향으로 나는듯 달려갔다. 거기서 만난 것이 바로 하랑이었다. 흰 자리옷을 입고 맨발로 서서 머리채를 늘어뜨린 하랑은 땅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자신을 느낀 소년이 자신을 돌아봐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섬광 같은 것이 가슴께를 찌르고 지나간 것 같았다. 거대한 음기. 엄청난 음의 기운이 소년의 눈에서 용솟음치며 일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이 입을 열자 아득하게 먼 곳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노인의 것과 같은 더께가 느껴지고 청년의 것과 같은 힘이 느껴지고 아이의 것처럼 맑은 또렷함이 느껴졌다. 좀 밝다 싶은 밤색 눈의 반대편 오른쪽 눈을 붉게 빛내며 하랑이 부적을 흔들며 기운을 쏘아보냈고-후에 그의 능력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후 첫 만남부터 하랑을 동등한 능력자로 지금까지 여겨왔다.

 

 

 

 

 

 

'어리다...라.'

 

 

마틴이 광장까지 구경을 시켜준 것인지 하랑의 손에는 솜사탕이 들려있었다. 입 안이 온통 달아지는 것을 먹어치우며 자신에게 걸어오는 하랑을 바라보았다. 말갛게 앳된 얼굴에는 젊음에서 기인하는 특유의 호기가 묻어난다. 낯선 세상에 눈을 빛내지만 쉽게 질려하고 금세 익숙해진 눈도 그랬다. 강단있게 다물린 입매는 아직 꺽여본적 없는 그의 고집을 나타낸다. 설익은 근육이나 기다렸다는 듯이 고향의 것을 벗고 갈아입은 복식은 어울리지만 본인에게도 낯설 것이리라.

 

 

어리다.

 

 

호감가는 인상으로 올라간 눈꼬리를 접으며 마틴에게 인사한 하랑이 자신을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숙소로 가는 마차를 잡았다. 마차가 타일 깔린 바닥을 질주하자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티엔은 회상에 잠겼다.

 

 

 

 

 

자고로 음기란 그것이 강할 수록 양기를 끌어당기기 마련이다. 하물며 신령을 자신 안에 가둬넣은 하랑은 사내애라고 믿기 힘들 만큼 그 기운이 강했다. 때문에 그는 하랑이 직접 언급을 한 적은 없지만 그 체질 때문에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하랑과 여정 중간중간 -자신은 양과 음의 조화를 이뤄내어 지극히 안정되어있는 터라 조언을 위해- 하랑과 그 주제로 종종 대화하고는 했는데, 주로 기운을 다스리는 것에 대한 대화였다. 하랑은 양의 기운을 품은 것을 가까이 하고 섭취하는 식으로 조절을 해왔다고 했지만 그런 방식으로 다스리기에는 그 기운이 갈 수록 커지고있기 때문에 기를 운용하는 방식을 가르치며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이 효과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다른 쪽으로 효과가 있었다. 기를 순환하면서 되려 가장 풍부한 음의 힘이 온몸 가득히 퍼지는 바람에 달이 휘영청 뜬 음기 가득한 시간에 하랑이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 안에서 가장 양의 기운이 강한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하랑이 이성을 챙기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럴리가 없었다. 한쪽의 붉은눈 안에 다른 누군가가 박혀 있었다. 그는 네가 아해를 부추겨 이 지경이 되었으니 책임을 지라며 침대 위로 올라왔다.

 

 

당황스럽지만 가장 원초적인 방법을 둘 다 알고있었다. 다만 하랑은 혼인한 상대가 없기에 제외하고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여전히 잘 때만은 챙겨입는 고국의 자리옷 차림의 하랑이 침대로 한발 한발 걸어오는 내내 한꺼풀씩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 이런 , 세상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그의 유혹에 넘어간것도 자신이었고 그 뒤로 그가 유혹해 오면 응한 것도 자신이니 새삼 하랑이 다가오면 물러서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전에 없던 하랑이 어리다는 생각이 사고를 잠식했다. 손가락으로 눈가를 누르며 티엔은 당장 자신의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하랑에게 어찌 반응해야할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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