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2015. 5. 12. 14:46
티하 날개





하랑이 정원의 나뭇잎이란 잎은 모두 잡아 뜯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한 티엔은 정말로 계절의 변화를 맞아 붉게 노랗게 시들어가는 잎 앞에 서있는 하랑을 볼 수 있었다. 옷도 홑겹으로 입고 있는 것이 자다 일어나 바로 나온건가 싶었다. 눈이 아프게 붉게 탄 단풍부터 노랗게 말라가는 이름 모를 나무까지 세상의 붉음과 노란 빛깔의 범주 그 사이의 색상지가 물결처럼. 자신이 아는 명산 대천에 비할 바는 못하지만 작은 정원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는 앙상한 가지와 다 뜯기지 않고 조각 조각 흉하게 걸려있는 꼴을 봐도 알만했다.




하랑.




티엔은 다가가 그 손이 한가득 움켜쥔 것을 놓도록 하였다. 그것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양을 보다가 하랑은 낮은 높이의 관상수로 손을 뻗어 양껏 움켜쥐어 당겼다. 강제로 한데로 뭉쳐졌다 놓는 반동으로 나무가지가 비명을 지르며 살가죽을 긁거나 때리는 것엔 처음부터 감흥이 없었는지 튼 손이 벌겋고 군데군데 긁혀 피가 나는 것을 보며 티엔은 눈살을 찌뿌렸다.





하랑. 그만하거라.

싫어. 다 뜯어내야해.

왜 보기 좋은 것을 상하게 하느냐.





난데 없이 버석하고 어딘지 눅진한 가을 향기가 얼굴을 때렸다. 부러진 끝가지도 섞여 따가웠다. 위협적이진 못했지만. 기분이 상해도 이상하지 않을 티엔을 지켜보는 고용인들이 걸음을 뒤로 움찔 옮겼다.





깃을 다 뽑아놔야 해. 날지못하게 다 분질러 버릴거야.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명백한 비난이었지만 티엔은 코웃음을 쳤다. 그것이 자신을 향해 있어도 상관 없다는 투였다. 아니 어쩌면 그게 기쁜지도 몰랐다. 할말만 마치고 돌아서는 하랑을 돌려세워 굳이 제 웃음을 과시한 티엔은 잡힌 제 팔을 뒤채며 빠져나가려는 하랑을 그대로 놔줄것처럼 하다 뒤에서 꽉 붙잡아 안았다. 두팔로 감싸안아 팔을 못쓰도록 하고 귓가에 제 입을 바싹 붙이고서 속삭인다.





실컷 만족할때까지 잡아 뜯거라. 만약 다 뜯으면 새로 심어주마. 이 집에 날개가 상한게 있으면 안되지. 그정도로는 안되지.





어디 실컷 해보거라. 깜찍한 재롱이라도 보는것처럼 웃는 남자의 입을 찢어 버리고 싶다고 하랑은 생각하다 금세 흠칫하며 벗어나고자 떨었다. 그가 내 잎을 찢어버릴거야. 입인가? 아니 내가 찢어버리는 건가. 아 알았다. 지금 티엔은 날 벗기고 싶어한다. 하랑은 다락에 올라갈 생각이었다. 뛰어내릴 순 없지만 거기 가면 큰 창이 있어 금새라도 뛰어내려 자유로워질 수 있을갓 같은 기분이 들었다. 티엔이 오면 다락이 생각난다. 그곳으로 몰아넣어지는 그런 불길한 충동이다. 거기의 두껍고 둥근 유리는 제 꿈을 비웃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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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