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2015. 5. 12. 14:44



시를 쓰는 너는 눈은 하나하나가 순수하고 처연하며 깨끗한 꿈이고 소망이고, 그래, 사람이라 했다. 그리고 글 쓰는 너는 눈은 위선이고 침묵이고 더러운, 그래, 사람이라 하였다. 너희 둘은 같은 것을 동일한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맞닿을 일 없이 반대로 걷는 아이들이었다.




당신은 그 애가 더 좋지? 그 녀석 시를 보고 반했잖아.

...그랬었지.

내 글을 먼저 봤으면 당신은 나한테 반했을텐데.

어떻게 장담하지?

당신, 절조 없잖아.






아이는 노골적으로 내 바짓춤 속의 성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뚜렷한 시선은 냄비 바닥에 눌은 무언가 같았다. 맛 좋은 무언가. 그리고 자신은 약간 탄듯 눌은 부분을 수저로 파먹는 것을 좋아했다. 하랑이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달라며 보채고 지글거릴 동안 주걱으로 밥을 꾹꾹 눌러대던게 생각났다. 둘은 저 바닥의 저열한 무언가를 파먹는걸 좋아했다. 소년의 글이 그랬고 그 소년을 희롱하는 제가 그랬다. 그늘진 하랑은 수치심 없는 소년이었다. 저에게만 그러는건진 모르겠지만 다리를 활짝 벌리고 제 구멍을 열어보이며 어서 쑤셔달라고 충동질하는 요부다. 그 안을 치대면 어서 제 안에 싸달라 우는 헐렁한 마음을 가진 녀석. 그게 소년이 자기 식으로 보여주는 믿음 같은것이고 증명이리라. 티엔은 그런 소년이 참 귀여웠다. 질투가 날 만큼 투명하고 아름다운 시를 쓰는 아이 안에는 이렇게나 음습하게 젖은 구멍이 있다. 언젠가 읽었던 것처럼 모두가 어떤 구멍에 매달린다. 자신이 파고들어갈 구멍은 이것이었나. 쾌락에 흔들리며 웃고있는 아이를 보니 밑에서 올라오는 충동이 머리를 뒤흔든다. 오늘은 소년을 울리자. 넘칠만큼 부어주고 제대로 웃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게 하자. 아직 어린 몸이 아니었으면 따라가지 못했을만큼 허리를 확접어 무게를 실어 찍어누르자 핀셋에 꽂힌 살아있는 표본처럼 파르르 떨었다. 너무 좋아서 신음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녀석이 좋아하는 깊숙한 안쪽을 퍽퍽 찍어누르면서 가지못하게 요도를 꾹 눌렀다. 반쪽짜리 신음만 헐떡이던 아이가 제게 매달리듯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너무나 또렷하게 변태. 하고 비웃는 것이다. 그래 서로 맘껏 헐뜯고 비웃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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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
조각2014. 7. 24. 03:24

사무드x예랑

하랑과 예랑은 어릴적부터 쏟아지는 관심을 아주 진절머리 나게 겪었다. 어디선가 알아내어 아버지의 직업으로 손가락질하고 자기 자식과 놀지 못하게 하는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점을 봐달라던가 이유 없는 폭력이나 배척을 받은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쌍둥이인 둘은 특이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한쪽 눈의 색이 다른 쌍둥이. 남자애인데도 길게 기른 머리. 자연스럽게 눈을 감추기 위해 길게 된 머리였지만 그럴 수록 예랑은 눈에 잘 띄게 되었다.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는 고맙지만 야속한 사람이 맞았다. 형제의 세계에선 서로만이 유일한 아군이었다. 글쎄 적어도 예랑에겐 그랬다. 그래서 하랑에게 예랑은 아낌 없이 애정을 쏟아부었다. 보통은 형이 맡을 역할을 예랑은 훌륭하게 해냈다. 어차피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난 형제였다. 형의 역할을 해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예랑은 그 역할을 탐내지는 않았다. 발붙일 곳이 요원한 서로를 알기에 예랑은 형의 자리는 하랑의 몫으로 선을 그었고 예랑은 그 동생의 자리를 가졌다. 자신의 사랑방식은 다 주는거였기에 하랑이 필요한 행동을 했고 그에게 기준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어릴적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도 그랬다. 자신은 형의 그네를 밀어주었지 제가 그네에 먼저 올라타지는 않았다. 하랑은 언제나 몇번 타고나면 예랑을 그네에 앉혔고 예랑은 자기 차례까지 군말없이 그네를 밀 뿐이었다. 자신의 눈 앞으로 파란 하늘이 가까워 오는 것을 얼굴에 닿는 바람으로 느끼면서 타는 그네는 재미있지만 예랑은 항상 자신의 눈 앞에 하랑이 없는 상황을 못견뎌 했다. 그리고 하랑에게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때 비로소 예랑은 자신의 가슴에 난 구멍이 허전하게도 크단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구멍이 제 사랑 방식 때문임은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 조금은 다른 관심을 마주쳤다. 끈질긴 시선 끝엔 네가 있다. 이름난 집안의 아들로 자라나 부족할것 없는 그를 예랑은 혐오했다. 자기 좋을대로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짧은 대화만으로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그는 욕심이 많았고 끈질겼고 그걸 숨기지 않았다. 숨막혀. 그의 눈을 마주하면 예랑은 숨이 먼저 막혔다. 그에게 겁을 먹었거나 한것이 아니었다. 당연한듯 요구하는 그를 보면 가슴 속의 허전함이 욱신거렸다. 허전함이 공허가 되어서 저를 삼키고 망가트릴 것을 예감한다. 그는 예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 네가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예랑은 생각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예민한 야생동물 같은 태도를 취하는 상처입은 눈을 한 집고양이의 저항을 사무드는 가소롭게 바라보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종착점에 끝내 닿을 수 없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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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
조각2014. 7. 22. 03:14

 

흔히 그렇듯 아주 어린 아이들은 폭풍우가 밀려오는 밤과는 다르게 어두운 하늘과, 장막을 가르는 섬광이나 그 찢는 듯한 소리를 두려워 한다. 인간을 넘어선 검사들을 배출해내는 홀든의 막내인 이글이라도 우레가 치는 날이면 어둑한 복도를 내달려 맨발로 큰형 다이무스의 침대를 파고들곤 했었다. 그러면 그의 큰형은 가만히 옆자리를 내어주며 작은 몸을 그러안아주었다. 안아주었다기 보다는 그저 품을 열어보인 것이지만. 막내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상대는 유모나 큰형 뿐이었던 터라 곧 그 팔로 감싸일 때가 가장 안온한 순간이었다.

 

 

 이글은 자신이 언제까지 천둥과 벼락을 두려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그것에 대해 처음 가진 두려움도 정확히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형의 침대에 들어가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어릴적부터 이글은 자각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뒤덥히면 저도 모르게 그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품을 파고들 때 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다이무스의 체취가 그리워졌다. 주인을 닮아 주름하나 없는 셔츠나 같은 피가 흐르는 그 특유의 살내음, 칼날을 스치는 쇳바람의 잔향이 뒤섞인 그의 품이 간절해졌다. 이글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묶었다. 찾아가 볼까.

 

형은 당황하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다 큰 사내들끼리 엉켜있는 꼴이지만 형의 품은 자신을 위해 비워져 있었다. 가슴에 기대고있던 고개를 들어 형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한움큼 긴장한 근육 위로 이빨을 세워 물자 그립던 체취가 입안을 흠뻑 적신다. 잇자욱을 혀로 쓸어내리며 이글은 다이무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래서야 누가 누구를 안아주는건가 싶지만 그는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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