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2014. 7. 24. 03:24

사무드x예랑

하랑과 예랑은 어릴적부터 쏟아지는 관심을 아주 진절머리 나게 겪었다. 어디선가 알아내어 아버지의 직업으로 손가락질하고 자기 자식과 놀지 못하게 하는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점을 봐달라던가 이유 없는 폭력이나 배척을 받은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쌍둥이인 둘은 특이한 외모로 주목받았다. 한쪽 눈의 색이 다른 쌍둥이. 남자애인데도 길게 기른 머리. 자연스럽게 눈을 감추기 위해 길게 된 머리였지만 그럴 수록 예랑은 눈에 잘 띄게 되었다. 떨어져 지내는 아버지는 고맙지만 야속한 사람이 맞았다. 형제의 세계에선 서로만이 유일한 아군이었다. 글쎄 적어도 예랑에겐 그랬다. 그래서 하랑에게 예랑은 아낌 없이 애정을 쏟아부었다. 보통은 형이 맡을 역할을 예랑은 훌륭하게 해냈다. 어차피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난 형제였다. 형의 역할을 해내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예랑은 그 역할을 탐내지는 않았다. 발붙일 곳이 요원한 서로를 알기에 예랑은 형의 자리는 하랑의 몫으로 선을 그었고 예랑은 그 동생의 자리를 가졌다. 자신의 사랑방식은 다 주는거였기에 하랑이 필요한 행동을 했고 그에게 기준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어릴적에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도 그랬다. 자신은 형의 그네를 밀어주었지 제가 그네에 먼저 올라타지는 않았다. 하랑은 언제나 몇번 타고나면 예랑을 그네에 앉혔고 예랑은 자기 차례까지 군말없이 그네를 밀 뿐이었다. 자신의 눈 앞으로 파란 하늘이 가까워 오는 것을 얼굴에 닿는 바람으로 느끼면서 타는 그네는 재미있지만 예랑은 항상 자신의 눈 앞에 하랑이 없는 상황을 못견뎌 했다. 그리고 하랑에게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때 비로소 예랑은 자신의 가슴에 난 구멍이 허전하게도 크단걸 알았다. 하지만 자신의 구멍이 제 사랑 방식 때문임은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 조금은 다른 관심을 마주쳤다. 끈질긴 시선 끝엔 네가 있다. 이름난 집안의 아들로 자라나 부족할것 없는 그를 예랑은 혐오했다. 자기 좋을대로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짧은 대화만으로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그는 욕심이 많았고 끈질겼고 그걸 숨기지 않았다. 숨막혀. 그의 눈을 마주하면 예랑은 숨이 먼저 막혔다. 그에게 겁을 먹었거나 한것이 아니었다. 당연한듯 요구하는 그를 보면 가슴 속의 허전함이 욱신거렸다. 허전함이 공허가 되어서 저를 삼키고 망가트릴 것을 예감한다. 그는 예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 네가 모든 것을 버리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예랑은 생각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예민한 야생동물 같은 태도를 취하는 상처입은 눈을 한 집고양이의 저항을 사무드는 가소롭게 바라보았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서로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종착점에 끝내 닿을 수 없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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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