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2014. 7. 22. 03:14

 

흔히 그렇듯 아주 어린 아이들은 폭풍우가 밀려오는 밤과는 다르게 어두운 하늘과, 장막을 가르는 섬광이나 그 찢는 듯한 소리를 두려워 한다. 인간을 넘어선 검사들을 배출해내는 홀든의 막내인 이글이라도 우레가 치는 날이면 어둑한 복도를 내달려 맨발로 큰형 다이무스의 침대를 파고들곤 했었다. 그러면 그의 큰형은 가만히 옆자리를 내어주며 작은 몸을 그러안아주었다. 안아주었다기 보다는 그저 품을 열어보인 것이지만. 막내가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상대는 유모나 큰형 뿐이었던 터라 곧 그 팔로 감싸일 때가 가장 안온한 순간이었다.

 

 

 이글은 자신이 언제까지 천둥과 벼락을 두려워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그것에 대해 처음 가진 두려움도 정확히는-

 자신이 기억하는 한, 형의 침대에 들어가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어릴적부터 이글은 자각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이 변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뒤덥히면 저도 모르게 그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품을 파고들 때 형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다이무스의 체취가 그리워졌다. 주인을 닮아 주름하나 없는 셔츠나 같은 피가 흐르는 그 특유의 살내음, 칼날을 스치는 쇳바람의 잔향이 뒤섞인 그의 품이 간절해졌다. 이글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묶었다. 찾아가 볼까.

 

형은 당황하지만 밀어내지 않았다. 다 큰 사내들끼리 엉켜있는 꼴이지만 형의 품은 자신을 위해 비워져 있었다. 가슴에 기대고있던 고개를 들어 형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한움큼 긴장한 근육 위로 이빨을 세워 물자 그립던 체취가 입안을 흠뻑 적신다. 잇자욱을 혀로 쓸어내리며 이글은 다이무스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이래서야 누가 누구를 안아주는건가 싶지만 그는 상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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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eL